아침에 눈을 떠도 갈 곳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43억을 제 이름으로 짊어졌던 때였습니다. 어쩌다 거기까지 갔는지가 아니라, 그 자리를 지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그 아침에 있는 분들을 상담에서 자주 만나기에 적어둡니다.
한동안, 아침에 눈을 떠도 갈 곳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43억. 그 숫자를 제 이름으로 짊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다 거기까지 갔는지를 여기서 길게 풀 생각은 없습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니까요.
그때는 전화가 울리면 화면을 뒤집어 놨습니다. 모르는 번호가 무서웠고, 아는 번호는 더 무서웠습니다.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는데, 그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주에 갚겠다는 말도 한두 번이지, 같은 말을 세 번째 하게 되면 목소리가 먼저 작아집니다.
통장은 한동안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아니까 안 봤습니다. 잔고를 모르면 잠깐은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건 미루는 것이지 없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침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일어나 앉았다가, 오늘 갈 곳도 만날 사람도 딱히 없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누운 날이 있었습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었습니다. 일어나서 뭘 해야 할지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의 하루는 대체로 그렇게 짧고, 또 길었습니다.
그 자리를 지나왔습니다. 사람마다 지나오는 길이 다르고, 저는 제 이야기가 정답인 척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아침들을 지나본 사람은, 같은 아침에 있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지금 저는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을 상담에서 자주 만납니다. 통장을 안 보던 그 습관을, 전화를 뒤집어 놓던 그 손을 압니다. 앉아 있다가 다시 눕고 싶은 그 아침을 압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압니다. 제가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겁을 주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무서운 자리라는 걸 아니까요. 무서운 이야기를 더 얹는 대신, 그 자리부터 같이 봅니다. 오늘 당장 무엇을 결심하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 아침을 지나본 사람으로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이미 한 걸음이라는 걸 압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무엇부터 했는지는 다음에 이어가겠습니다. 지금 그 아침에 있는 분이라면,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것으로 충분합니다.
혼자 정리가 어렵다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상황을 한두 줄만 남겨 주시면, 어떤 방향이 가능한지부터 함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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