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하면 나라가 세금으로 빚 갚아준다는 오해

성실히 갚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말에는 사실과 다른 오해가 몇 가지 섞여 있습니다. 오늘은 그 오해를 감정 없이 사실로만 풀어보겠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도산 사건을 맡아온 도산 전문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장지호입니다.

오해 하나, 나라가 세금으로 갚아준다?

가장 큰 오해입니다. 회생이나 파산을 하면 나라가 세금으로 그 빚을 대신 갚아준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회생과 파산에서 국가가 하는 일은, 세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나라 곳간에서 채무자에게 돈이 나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 못 갚은 빚은 누가 떠안느냐. 돈을 빌려준 곳, 즉 은행이나 대부업체 같은 채권자입니다. 채권자가 받지 못한 부분을 손실로 처리하는 구조입니다. 세금이 아니라 채권자의 몫에서 조정되는 것입니다.

오해 둘, 공짜로 빚을 없애준다?

이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특히 개인회생은 공짜로 빚을 없애는 제도가 전혀 아닙니다.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 하는 절차입니다. 매달 버는 돈에서 최소한의 생계비만 남기고, 나머지를 3년에서 5년 동안 빚을 갚는 데 모두 투입합니다. 그렇게 갚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갚은 뒤에, 그래도 남는 부분을 면책받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가진 재산이 있다면 그 가치만큼은 반드시 채권자에게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을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즉 가진 것을 숨기고 안 갚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과 벌 것을 최대한 내놓고 정리하는 제도입니다. 공짜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해 셋, 세금도 나라가 깎아준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세금은 회생이나 파산을 해도 깎이지 않습니다.

국세나 지방세 같은 세금은 면책되지 않는 채무입니다. 다른 빚을 정리하더라도 세금은 끝까지 전액 갚아야 합니다. “나라 돈으로 탕감해준다”는 말과 정반대로, 나라에 낼 세금은 오히려 하나도 줄지 않고 남습니다.

이 세 가지만 봐도, “나라가 세금으로 공짜로 갚아준다”는 말이 사실과 얼마나 다른지 보입니다.

그럼 이 제도는 왜 있나

그러면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채권자가 손실을 보는데, 왜 이런 제도를 두느냐는 것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끝까지 추심해도 받아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무한정 추심을 반복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벌 수 있는 만큼 몇 년에 걸쳐 갚게 하고 정리하는 편이 채권자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할 수 있습니다. 아예 못 받느니 일부라도 받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로 봐도 그렇습니다. 빚에 눌려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정리하고 다시 일하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시 벌고, 다시 쓰고, 다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회생과 파산은 그렇게 채권자와 채무자, 사회가 함께 손실을 줄이는 쪽으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누군가를 공짜로 봐주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생하면 나라가 세금으로 빚을 갚아주나요? 아닙니다. 국가는 법원의 조정 절차를 제공할 뿐, 세금으로 빚을 대신 갚아주지 않습니다. 못 받은 부분은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손실로 처리합니다.

Q. 개인회생을 하면 빚이 공짜로 없어지나요? 아닙니다. 최저생계비만 남기고 3~5년간 소득을 변제에 투입해 최대한 갚은 뒤, 남는 부분만 면책됩니다. 가진 재산의 가치만큼은 채권자에게 보장해야 합니다.

Q. 세금도 회생하면 깎이나요? 아닙니다. 세금은 면책되지 않는 채무라 전액 갚아야 합니다. 오히려 세금은 줄지 않습니다.

Q. 그럼 채권자만 손해 보는 것 아닌가요?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끝까지 추심해도 회수는 어렵습니다. 일부라도 회수하고 정리하는 편이 채권자에게도 낫기 때문에 성립하는 제도입니다.

마무리

“왜 빚을 져서 나라가 탕감해주냐”는 말은, 알고 보면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나라가 갚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조정을 감수하는 것이고, 공짜가 아니라 갚을 수 있는 만큼 갚는 것이며, 세금은 오히려 줄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런 말에 가장 마음 쓰이는 사람은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보며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소리 들어도 싸다”고 움츠러든 분들입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도를 쓰는 것은 실패를 자백하는 일이 아니라, 법이 마련해둔 길을 정확히 밟는 일입니다. 그 길 위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혼자 판단이 어렵다면 지금 상황을 한두 줄만 남겨 주셔도 됩니다. 어떤 길이 가능한지부터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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