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는 밤이 이어진다면, 접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사업을 유지한 채로 회생을 신청할 수 있고, 먼저 폐업하면 오히려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마감하고 셔터를 내린 뒤, 바로 집에 못 가고 가게 앞에 잠깐 서 있게 되는 밤이 있습니다. 오늘 매출을 머릿속으로 세어보고, 다음 주에 나갈 것들을 세어보고, 그러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닿습니다.
접어야 하나 싶다가도, 접으면 그동안의 시간은 뭐가 되나 싶어 다시 미룹니다. 그 사이 하루가 또 갑니다.
저는 부산에서 도산 사건을 맡아온 도산 전문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장지호입니다.
버틴 시간은 책임지려 한 시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스스로를 탓하는 분이 많습니다. 진작 접었어야 했는데 판단이 늦었다고, 욕심을 부린 거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 시간은 대개 책임을 지려던 시간입니다. 직원 월급을 밀리지 않으려고, 거래처에 폐를 안 끼치려고, 한 달만 더 해보면 나아질까 싶어 버틴 것입니다. 자기 월급을 먼저 미루고, 개인 돈을 넣고, 카드로 막으면서까지요. 그건 책임지려는 사람이 하는 행동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만 짚고 싶습니다. 버티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방법은 아닙니다. 구조를 다시 짜는 것도 책임입니다. 오히려 어떤 시점에는 그쪽이 더 무거운 책임입니다.
접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분이 모르시는 부분입니다.
자영업자는 가게를 접지 않고, 사업자등록을 유지한 상태로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은 급여소득자만 하는 절차가 아니라, 사업으로 계속적인 소득을 얻는 영업소득자도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월별 매출이 들쭉날쭉해도, 일정 기간의 평균 순이익으로 판단합니다.
즉 “일단 접고 나서 정리하자”가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가게를 계속하면서 빚 구조를 다시 짜는 방향도 있습니다.

폐업이 먼저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오히려 순서를 뒤집으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은 앞으로 갚아나갈 소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신청 전에 폐업이나 휴업을 해버리면, 사업을 계속할 의사와 소득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아 절차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신청 전 폐업을 피하고 사업을 유지한 채로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봅니다.
물론 이미 소득이 끊겼거나 사업을 이어갈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때는 회생이 아니라 파산 쪽을 검토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지금 사업의 상태를 봐야 나옵니다.
그러니 접을지 말지를 혼자 정하기 전에, 지금 상태에서 어떤 선택지가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접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서를 먼저 봅니다
상담에서 사업자분들과 제가 먼저 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지금 사업이 매달 얼마를 남기고 있는지. 매출이 아니라 나갈 것 다 빼고 손에 남는 금액입니다. 그다음 매달 정해진 날 반드시 나가는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차이를 무엇으로 메워왔는지입니다.
이 셋을 놓고 보면 지금이 버텨볼 구간인지,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구간인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후자라면 가게를 유지하면서 갈 수 있는지, 정리하는 편이 나은지도 그 자리에서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변제 계획은 잘되는 달을 기준으로 짜면 안 됩니다. 성수기 매출로 계획을 세우면 비수기에 무너집니다.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결국 끝까지 갑니다.
그리고 준비 단계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정이 어려워진 뒤에도 특정 거래처에만 계속 결제하는 경우입니다. 오래 거래한 곳이라 미안해서, 또는 그곳과의 관계가 끊기면 안 되니까 그렇게 하십니다. 마음은 이해되지만 절차에서는 편파변제로 볼 수 있어 문제가 됩니다. 이런 부분도 미리 짚어두면 나중에 걸리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게를 접지 않고도 개인회생이 되나요? 됩니다. 사업자등록을 유지한 상태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업으로 계속적인 소득이 있으면 영업소득자로 봅니다.
Q. 먼저 폐업하고 신청하는 게 낫지 않나요? 신청 전 폐업은 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득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절차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소득이 끊긴 경우라면 파산 등 다른 방향을 봅니다.
Q. 매출이 들쭉날쭉한데 소득으로 인정되나요? 월별 편차가 있어도 일정 기간의 평균 순이익으로 판단합니다. 매출 자료와 통장 내역 등으로 확인합니다.
Q. 회생 중에 사업이 더 어려워지면 어떻게 되나요? 소득이 줄어든 사정이 있으면 변제계획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접어야 하나 고민되는 밤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 고민을 혼자 결론까지 끌고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접기 전에 확인하면 선택지가 더 많고, 접은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지금 가게가 매달 얼마를 남기는지부터 적어보시고, 거기서 막히면 그 부분만 같이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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