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해보았던 변호사가 법인회생에서 보는 것

저는 한때 사업을 크게 벌였습니다. 쉬운 분야가 아니었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43억이라는 빚이 남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온 덕에, 지금 제가 법인 사건을 볼 때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대표는 자기 것부터 넣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대표는 대개 자기 것부터 넣습니다. 개인 돈을 회사 통장에 넣고, 자기 이름으로 보증을 서고, 자기 월급을 먼저 미룹니다. 직원 월급과 거래처 대금은 마지막까지 지키려 합니다.

이건 계산이 아니라 순서에 가깝습니다. 회사를 벌인 사람은 그게 자기 책임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회사가 무너질 때 대표 개인도 함께 무너집니다. 법인과 개인이 서류상으로는 나뉘어 있어도, 실제로는 보증과 개인 자금으로 이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법인 사건을 볼 때 회사의 숫자만 보지 않습니다. 대표 개인이 어디까지 걸려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걸 놓치면 회사를 정리해도 사람이 남지 않습니다.

상담에서 대표들이 하는 말

법인 상담을 하다 보면 대표들이 비슷한 말을 하십니다.

직원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하십니다. 자기 빚 이야기보다 먼저요. 그리고 대개 자기 잘못이라고 하십니다. 경기가 어땠고 거래처가 어땠는지는 나중에야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 순서를 이해합니다. 회사를 벌인 사람은 결과를 남 탓으로 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자기가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책임감이 판단을 늦추기도 합니다. 내가 더 버티면 되지 않을까, 내가 조금 더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하다가, 정작 정리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칩니다. 버티는 것과 미루는 것은 다른데, 안에 있으면 그 둘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버티는 이유를 압니다

사업하는 분들은 어지간해서는 그만두지 못합니다. 직원들 얼굴이 걸리고, 거래처가 걸리고, 여기까지 온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안 될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한 달만 더, 한 분기만 더 버팁니다.

그 마음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에서 “왜 진작 안 오셨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진작 올 수 있었으면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립니다. 버티는 동안 개인 보증이 늘어나면, 나중에 회사를 정리해도 대표 개인에게 남는 것이 커집니다. 그 시점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

정리가 곧 끝은 아닙니다

회사를 정리한다는 말을 사업하는 분들은 사형선고처럼 듣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리는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절차였습니다. 법인회생은 회사를 살리면서 채무를 다시 짜는 절차이고, 법인파산은 정리하고 매듭을 짓는 절차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뒤에 사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시 뭔가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앉아봤고, 지금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사업하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는가

법인 사건을 맡으면 저는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회사의 현금이 언제까지 버티는지. 대표 개인이 어디까지 보증과 자금으로 걸려 있는지. 그리고 이 사업에 남은 것이 있는지, 아니면 매듭을 짓는 것이 나은지.

숫자만 보면 안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무엇을 지키려다 여기까지 왔는지. 그걸 알아야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놓을지 정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매출, 같은 부채라도 사업마다 남은 것이 다릅니다. 거래처가 남아 있는 곳이 있고, 기술이 남아 있는 곳이 있고, 대표의 신용만 남은 곳도 있습니다. 그 남은 것을 찾아야 회생이 가능한지, 아니면 매듭을 짓는 편이 나은지 정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의 재무제표보다 대표의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한 번 크게 벌여보고 무너져본 덕에, 그 자리가 조금은 더 잘 보입니다. 그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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