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하다 보면 어느 달에는 여러 개가 한꺼번에 몰립니다. 카드 결제일, 부가세 신고, 임대료, 직원 월급이 같은 주에 겹칩니다. 통장에 있는 돈으로는 다 감당이 안 됩니다.
이때 대부분은 가장 시끄러운 것부터 막습니다. 독촉 전화가 오는 것, 당장 소리가 나는 것부터요. 그런데 급한 순서대로만 막다 보면 다음 달에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무엇부터 막을지를 정하기 전에, 봐야 할 것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도산 사건을 맡아온 도산 전문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장지호입니다. 아래는 상담에서 반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급한 것부터 막는 게 왜 위험한가
가장 시끄러운 것부터 막으면 그달은 넘어갑니다. 그런데 그 돈을 다른 데서 당겨온 것이라면, 문제가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카드로 임대료를 막으면 다음 달 카드값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이걸 반복하면 매달 돌려막기가 굳어지고, 어느 순간 당겨올 데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막을지를 정하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이번 달에 나갈 것을 다 막을 수 있는가. 당겨오지 않고 막을 수 있다면 순서의 문제입니다. 당겨와야만 막힌다면, 그건 순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이 둘은 해법이 다릅니다.
밀렸을 때 불이익이 큰 순서
다 막을 수 있는데 순서만 정하면 되는 경우라면, 밀렸을 때 손해가 큰 것부터 막는 것이 원칙입니다.
담보가 걸린 것이 먼저입니다. 집이나 차를 담보로 받은 대출은 연체가 쌓이면 경매나 회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잃는 것이 크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그다음이 세금입니다. 세금은 밀리면 가산세가 붙고, 나아가 체납 처분으로 통장이나 재산이 압류될 수 있습니다. 뒤에서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카드와 임대료는 그다음입니다. 카드는 연체가 신용에 빠르게 반영되고, 임대료는 오래 밀리면 계약 해지와 명도 문제로 이어집니다. 어느 것도 가볍지 않지만, 담보와 세금보다는 뒤에 둡니다.

세금은 성격이 다릅니다
세금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가세나 원천세 같은 세금은 다른 빚과 취급이 다릅니다.
개인회생을 하더라도 조세 채권은 우선권이 있는 채권으로 다뤄집니다. 다른 빚처럼 깎아서 나눠 갚는 대상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전액을 갚아야 하는 몫입니다. 그래서 “회생하면 세금도 정리되겠지” 하고 미루면, 나중에 그 세금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낼 돈이 없더라도 신고 일정만은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신고를 미루면 가산세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분납이나 납부 유예 같은 방법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인건비는 밀리면 안 됩니다
직원 임금은 뒤로 미루면 안 되는 항목입니다. 임금은 법이 강하게 보호하는 채권이라, 사업자가 임의로 뒤로 돌릴 수 없습니다. 밀리면 그 자체로 별도의 문제가 됩니다. 자금이 부족할 때 가장 미루기 쉬운 것이 인건비인데, 실제로는 가장 미루면 안 되는 항목입니다.
다 못 막는 상황이라면
여기까지 읽고 “순서를 정해도 어차피 다 못 막는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건 순서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당겨올 데가 줄어들고, 매달 돌려막기로 겨우 넘기고 있다면,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순서가 아니라 구조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사업을 접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상태에서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자는 뜻입니다.
빨리 확인할수록 선택지가 많습니다. 당겨올 데가 완전히 없어진 뒤에는 남은 길이 줄어듭니다. 아직 막아내고 있을 때 한 번 전체를 세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드값과 세금 중 뭘 먼저 내야 하나요?
밀렸을 때 불이익을 봅니다. 세금은 체납 처분으로 압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카드보다 앞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담보 대출이 있으면 그것이 더 앞입니다.
Q. 세금도 개인회생으로 정리되나요?
조세 채권은 우선권이 있어, 다른 빚처럼 깎아서 나눠 갚는 대상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전액을 갚아야 합니다. 이 점을 모르고 미루면 나중에 그대로 남습니다.
Q. 직원 월급을 못 주면 어떻게 되나요?
임금은 법이 강하게 보호하는 채권이라 임의로 미룰 수 없습니다. 자금이 부족해도 가장 뒤로 미루면 안 되는 항목입니다.
Q. 다 못 막을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순서를 정해도 매달 당겨와야 막힌다면 구조의 문제입니다.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확인은 빠를수록 선택지가 많습니다.
마무리
동시에 밀릴 때 필요한 것은 가장 시끄러운 것부터 막는 반사 신경이 아니라, 다 막을 수 있는지부터 세어보는 순서입니다. 담보와 세금, 인건비처럼 밀리면 손해가 큰 것을 먼저 보고, 그래도 다 못 막는다면 순서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합니다. 지금 전체를 한 번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혼자 정리가 어렵다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상황을 한두 줄만 남겨 주시면, 어떤 방향이 가능한지부터 함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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