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오래 하신 분들이 어느 시점부터 같은 말을 하십니다.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데, 통장에 남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장사를 못한 것도 아니고 크게 쓴 것도 없는데 잔고가 줄어듭니다.
이런 상태는 대개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이 어긋나면서 생기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서면이나 양정에서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에게서 자주 보는 장면입니다.
저는 부산에서 도산 사건을 맡아온 도산 전문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장지호입니다. 아래는 상담에서 반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잔고만 줄어듭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매출이 아니라 잔고의 방향입니다. 매출이 유지되고 있어도 매달 잔고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면, 그 차이만큼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 달 단위로는 잘 안 보입니다. 석 달, 여섯 달을 놓고 보면 방향이 보입니다.
이 상태에서 대부분은 더 열심히 일하는 쪽을 택합니다. 영업시간을 늘리고, 배달을 더 받고, 쉬는 날을 줄입니다. 그런데 구조가 그대로면 매출이 늘어도 잔고는 늘지 않습니다. 배달을 늘리면 수수료가 함께 늘고, 시간을 늘리면 인건비와 재료비가 함께 늡니다. 그래서 몸은 더 힘든데 통장은 그대로입니다.
들어오는 시점과 나가는 시점이 다릅니다
돈이 없는 것과 돈이 늦게 오는 것은 다릅니다. 카드 결제 대금은 며칠 뒤에 들어오고, 배달앱 정산도 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가는 것들은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카드 대금. 들어올 돈이 있어도 나갈 날짜가 먼저 오면 그 사이를 메워야 합니다.
그 틈을 처음에는 여유 자금으로 메웁니다. 여유가 없어지면 카드로 메우고, 카드가 차면 다른 데서 당겨옵니다. 이렇게 되면 매출은 그대로인데 부채만 늘어납니다.

내 돈이 아닌 돈이 통장에 섞여 있습니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통장에 있는 돈이 다 내 돈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가세로 낼 몫이 매출과 함께 들어와 섞여 있고, 원천세나 4대보험처럼 나중에 나갈 돈도 지금 통장에 앉아 있습니다.
그 돈을 잔고로 착각하고 운영에 쓰면, 신고 시기에 낼 돈이 없습니다. 그러면 다시 어딘가에서 당겨오게 됩니다. 남는 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필요한 것은 더 버티는 의지가 아니라 순서입니다. 세 가지만 종이에 적어보시면 됩니다.
첫째, 최근 여섯 달의 월말 잔고입니다.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방향만 보면 됩니다.
둘째, 매달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나가는 돈의 합입니다. 임대료, 인건비, 대출 원리금, 카드 대금. 매출이 없는 달에도 나가는 금액입니다.
셋째, 지금 통장에 있는 돈 중에 세금으로 나갈 몫이 얼마인지입니다. 그 몫을 빼고 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보입니다.
이 세 가지를 적어보면 막연하던 것이 항목으로 바뀝니다. 어디서 막혔는지 보이면,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도 보입니다.

당겨올 데가 줄어들고 있다면
그런데 적어보니 매달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크고, 그 차이를 카드나 대출로 메워 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겨올 한도가 줄어들고 있다면 그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집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더 버티는 방법이 아니라 구조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사업을 접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상태에서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자는 뜻입니다. 확인은 빠를수록 선택지가 많습니다.
제가 상담에서 자주 보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조가 무거워졌는데도 매달 막아내느라 그 사실을 확인할 틈이 없었던 경우입니다. 막는 데 성공한 달이 쌓일수록 확인은 뒤로 밀립니다. 그러다 더 당겨올 데가 없어진 뒤에야 앉아서 숫자를 세어봅니다. 그때는 남은 선택지가 줄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막아낼 수 있을 때 한 번 세어보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출이 나쁘지 않은데도 회생을 검토하나요? 매출과 상환 여력은 다릅니다. 버는 돈이 있어도 나가는 구조가 무거우면 상환이 어려워집니다. 구조를 보고 판단합니다.
Q. 부가세 낼 돈이 없으면 신고를 미뤄도 되나요? 낼 돈이 없더라도 신고 일정은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미루면 가산세가 더해집니다.
Q. 사업을 접어야만 정리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을 유지하면서 채무를 조정하는 방향도 있고, 정리가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소득과 구조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버는데 남는 게 없다면, 더 버는 방법보다 어디서 새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여섯 달의 잔고 방향, 고정으로 나가는 돈, 세금으로 빠질 몫. 이 세 가지만 적어도 방향이 보입니다. 적다가 막히는 칸이 있으면, 그 칸부터 같이 보면 됩니다.
혼자 정리가 어렵다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상황을 한두 줄만 남겨 주시면, 어떤 방향이 가능한지부터 함께 봅니다.
상담은 사진을 눌러 카카오톡으로


댓글 남기기